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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리뷰 / 인간의 죽음과 삶

by 펄스펙티브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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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대해 소개 하고 싶어 글을 쓴다.

 

먼저 내가 겪은 경험을 하나 소개하겠다. 

 

세상은 인간이 보기에 굉장히 부조리하다. 예고도 없고, 사과도 없다. 

 

혈액종양내과 담당의를 할 때 였다.

 혈액종양내과는 간단하게 암환자 항암 치료하는 과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담낭, 담관, 췌장의 암은 예후가 불량하다.

 

 

환자는 40대 후반의 아들 하나 있는 여자환자분이었다. 담관암으로 진단되고 1차 항암 치료를 받는 중에 내가 담당의가 되었다.

 

1차 항암 치료는 보통 환자의 상태에서 사용가능한 가장 효과가 좋은 약1차 항암제로 결정해서 치료를 시작한다. 약을 사용하면서 이 약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서 사용 지속할지를 평가하기 위해서 3개월 마다 CT를 촬영한다.

이를 반응평가 CT라고 한다. 

 

어느 날 회진 준비를 하며 환자가 입원해서 당일 촬영한 반응평가 CT를 열어보았다.

 

 

'아, 이전보다 암이 진행했다.'

 


 

 

이런 경우 현재 약제는 효과 없다고 판단, 약을 중단하고 2차약제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보통 2차 약제는 독하거나, 효과가 많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교수님 표정도 심각해졌다. 함께 CT를 살펴 보았다.

 분위기가 무거워 졌다.

평소 교수님도 신경을 쓰던 환자고, 나도 열심히 이겨내려 하는 모습에 늘 대단하다고 여기던 분이었는데...


 

교수님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이 진행했고 약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최근 컨디션이 좋아서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 모양이다.

얼굴이 한순간에 울상이 되었다. 이내 이겨낼 수 없는 큰 슬픔이 그녀를 덮치는 것이 보였다. 

 

"왜죠? 교수님? 저는 교수님 하라는 거 다하고, 좋다는 것도 다 하고, 나쁜짓도 안하고 살아왔는데.. 왜?..."

 

..

 

이 당시 '지옥'이라는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던 때였다.(스포 주의)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지옥의 목소리(천사)가 어떤 사람을 지목하며, 정해진 시간이 되면 지옥으로 간다는 신의 고지를 남기고 가며,

 

<<깜놀주의>>

 

 

 

 

 

해당 시간이 되면 지목된 사람에게 괴생물체(저승사자)가 나타나 무참히 폭행하여 죽인 후 불에 탄 듯한 시체만 남기고 사라진다. 

 

 

이 시리즈에서 중요한 인물로 나온 정진수 의장은 착하게만 살던 아이로, 학생시절 천사가 나타나 20년 뒤에 죽게 된다는 고지를 받게 된다. 

이후로 그는 두가지의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나쁜 일을 한 것이라고 하나 없던 나에게.. 왜일까?"

또, 다른 하나는"나쁜 일을 하지 않으면 죽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자신이 고지를 받을 사람중에 죽지 않는 첫 반례가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바르게, 선행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혹여 죄를 지을까봐 두려움들 속에서 20년간 살게 되었다.

 

 

그는 결국 고지를 받은 사람은 하나도 예외없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꼭 죄를 짓지 않은 선량한 사람들도 고지를 받아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정진수 의장은 아무런 이유 없는 죽음은 인간들 혼란과 좌절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여 '새진리회'라는 종교를 만들게 된다. 이 종교는 사람들에게 악행을 하지 말라는 것이 신의 '의도'이며, 악행을 하면 고지를 받아 신의 벌을 받는다는 교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착하게 살도록 전도를 했고, 결국 고지대로 죽되, '아무 이유없는 자신의 죽음'을 세상에 숨기게 된다. 

 

..

 

● 사람들은 아프고 결국 죽는다.

 

이 환자도 병에 걸렸고, 나빠졌고, 결국은 죽게될 것이다.

 

법을 어겨서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나쁜 일을 해서도 아니다.

 

인간의 삶이란 것이 초라해 보인다.

 

예전부터 인간들은 이런 생각을 하며, 종교에 많이 의지했다. 인간의 무기력하고 허망한 모습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정진수 의장과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철학자 중에서 키에르케고르라는 유신론적 실존주의의 성격과 유사하다볼 수 있겠다.

신이 있다는 것을 가정하면 그래도 사람이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신이 있다고 믿어야할까? 신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인간은 왜 살아야 할까

 

알베르 카뮈라는 실존주의 철학자 (본인 피셜은 부조리주의) 는 '이방인' 등의 소설을 통해 인간의 삶은 의미도 목적도 없이 피투(彼投) 되었으며, 이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인 상태에서 반항하며 기투(企投) 하며 살아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인간이 보는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보기에 착한 사람도 사고로 죽고, 나쁜 사람은 떵떵 누리며 살기도 하고, 갑작스레 병이 찾아오기도 한다. 

 

부조리 주의

 

 옛날 사람들은 사람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어 신이나 악마 같은 것으로 병에 대해 설명 했다고 한다. 또는 악행을 해서 천벌을 받았다거나, 마법에 걸렸다고도 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야 병이란 개념이 정립 되고, 병이 생기는 원인도 예측해보고,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의학은 인간의 죽음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가?

 

의학으로 전부 설명이 되는가? 그것은 또 아니다. 

 

"망망대해에 놓여진 부표 같은 것이 바로 의학입니다."

" 첩첩산중에 등산로가 바로 의학입니다."

 

환자 보호자들이 '이런 영양제 먹어도 되냐', '나을 수도 있지 않냐' 라고 말할 때 난 이렇게 답한다. 즉, 의학이라는 것은 한번 가본 길중에 좋았던 길을 표시해둔 것일뿐이고, 세상은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발견해낸 의학은 그나마 많은 확률로 어느정도 치료가 되는 약과 치료일 뿐, 절대적인 치료가 아니며, 세상이 답이라고 알려준 방식도 아니다. 

 

또한, 병 중에서는 이름은 있으나 치료가 없는 병들도 있다. 인간이 나름의 특성으로 분류한 것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없으며, 어떤 이는 이름도 없는 병으로 자신이 죽는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고 부조리하다 느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해주면서 고맙다고 이야기 듣는 것이 좋았기에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안정적인 직업이기도 한 것도 맞다. 하지만 요즘은 소송의 리스크가 크고, 환자들이 의료를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이런 만족감이 줄었다. 

https://medigatenews.com/news/2269136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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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gatenews.com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985

 

“의사는 신이 아니다” … 산부인과 의사 구속에 의료계 반발 -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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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kn24.com

 

이런 개인적인 만족감에 더하여 의사라는 직업은 철학적으로는 무신론적 실존주의, 부조리 주의의 관점에서는 인간으로서 세상에 대한 2가지 반항을 함께 할 수 있다.

 

1) 의학, 병과 균, 수명에 대한 반항

우리의 수명을 줄이고 아프게 하는 병과 병균에 대한 투쟁. 어차피 죽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연구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은 세상의 원리를 조금씩 이해해보려 하는 인간의 반항인 것이다.

 

2) 사랑, 봉사 그리고 감사

사랑, 봉사 그리고 감사는 차가운 세상에 맞서 인간들이 함께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최대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서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베풀고 나눌 수 있는 직업이다.  

 

 


 

내과 의사로 살아가며 인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누군가에게 인간의 죽음을 이해되는 방식으로 설명해주어 혼란에 빠지지 않고 수용시키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 말하자면 세상과 인간의 부조리에 대한 중재자 역할을 함과 동시에 반항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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