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SPECTIVE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 질서와 법, 도덕에 대한 고찰

by 펄스펙티브 2023. 12. 27.
728x90
반응형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게 되었다.

아포칼립스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배우의 연기 수준도 믿을 만해서 기대되었다. 

중간 중간 재미있는 장면들도 있었고, 인물들의 갈등 구도도 명확해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몰입했다. 최근 영화들이 많이 길어서일까.. 조금 짧다는 느낌도 받았다. 

영화관에서 볼 만한 가치도 있고 생각할 것들도 많아 리뷰를 남긴다. 

 

**스포 주의**

 

영화 정보

제목 : 콘크리트 유토피아

개봉 : 2023.08.09.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포스트 아포칼립스, 재난, 드라마, 액션, 스릴러, 느와르, 블랙 코미디, 디스토피아

감독 : 엄태화

러닝타임 : 130분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원작 : 김숭늉- 유쾌한 왕따 (네이버 웹툰) 

출연 :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外

 

●'콘크리트 유토피아' 간단한 줄거리와 일반적인 해석

먼저 간단한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대지진으로 '황궁 아파트' 한채만 남기고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외부 생존자들이 황궁 아파트로 몰려들고, 처음에는 이들을 받아 주었으나 추운 겨울에 한정된 공간과 식량, 이로 인한 치안 이슈 등으로 아파트 주민들끼리 모여 아파트 주민만 살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고, 외부인들을 쫓아내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이병헌 배우가 연기한 '영탁'대표로 두게 되고 그는 "아파트는 주민의 것" 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아파트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파트 밖으로 원정을 나가 목숨을 걸고 생필품과 식량을 확보했다. 

한편, 김도윤 배우가 연기한 '도균' 이라는 인물은 이런 외부인 탄압에 반대하고, 몰래 이들을 집에 지내게 하여 밖에서 목숨걸고 얻어온 보급, 다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생필품을 나누어 준다. 박보영 배우가 연기한 '명화' 라는 인물 역시 그를 도와 외부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었다. 이들은 결국 주민들에게 발각 되어 외부인들은 쫓겨나고, 나머지 인물들은 반성하며 처벌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도균은 "세상이 요지경이어도 사람이 해도 되는 짓이 있고 안되는 짓이 있다"고 하며 투신자살을 한다. 이후 명화영탁이 원래 아파트 주민이 아님을 알게 되고, 오늘도 아파트 사람들을 위해 사지를 넘다가 살아 돌아온 영탁의 정체를 아파트 사람들 앞에서 밝히게 된다. 이때 아파트 내부의 배신자가 외부인과 결탁해 아파트를 공격하고, 결국 아파트는 외부인에게 점령되게 되며, 박서준이 연기한 명화의 남편 '민성'은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살해 당하게 된다. 

"

 

아마 일반적인 사람들이 해놓은 줄거리와 나의 줄거리 요약이 약간의 시각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극단적 상황에서의 인간성의 상실, 고고한 인간의 존엄, 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독단적인, 비인간적인 리더에 대한 비판 등을 평하고 있다. 

또,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한 해석들 중에서 모세와 히브리인의 출애굽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나무위키- 8.해석>> 부분을 보면 자세히 나온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른 시각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인물관계도에서도 도균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명화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 원시 인류 사회 

과연 포스트 아포칼립스, 즉 세계 멸망의 상황에서 명화도균이 말하는 "인간이 그러면 안된다" 라는 판단은 정상적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법과 도덕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 부족한 것이다.

 

원시 사회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한겨울 가족들이 동굴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가장이 자식과 부인을 위해 밖에 나가서 추위에 떨며 동물도 겨우 잡고 과일도 우연히 구해 왔다고 치자.

 

시간이 갈수록 식량은 부족하고, 겨울을 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필 지나가는데 사람이 없어 보이는 동굴에 식량이 있어 몇개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해서 건드리려는 순간 나를 죽이려고 한 인간이 달려 들었다. 살기 위해 싸우다 보니 그 사람을 죽이게 되었고, 가족들을 위해 식량을 챙겨 왔다.

 

과연 그 사람은 현대의 일반적인 사람을 죽이고 나서 죄책감을 느꼈을까? 가족들과 내가 죽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경우를 예를 들어 보겠다. 식인종의 경우 사람을 잡아먹는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사형제를 실제로 집행한다. 힌두교에서는 소를 신성시 하나 최근에는 먹는 추세로 변하고 있고, 이슬람 교에서는 여전히 돼지를 먹지 않는다.

 

또한 왕정, 신분사회였던 조선, 인구의 40%의 '자국민'을 노비로 부렸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듯 질서, 법, 도덕, 종교 같은 것들은 사회에 따라 문화에 따라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법치주의 국가이다. 천부인권, 자유경쟁, 준법의식에 관한 개념은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것은 잘못이고, 법으로 처벌하기 까지 한다. 질서, 법, 도덕, 종교 같은 '약속된 개념'들은 인간이 정한 것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끼리 노예로 부리건, 공산 주의건, 누구누구의 땅 이라는 소유권, 이로인한 분쟁, 사람이 사람을 죽이건 전혀 상관이 없다. 애초의 세상의 진리에는 이런 개념이 없다. 그 나름대로의 원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원래 정해진 세상의 룰이라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명화(박보영)와 도균(김도윤), 그들은 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는가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이런 '약속된 개념'들은 왜 만들어 졌을까?

답은 바로 인간의 자신의 생명과 건강, 인류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서이다.

 

먼저, 우리나라 같은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는 현대에 정해진 규율이다. 초기 인류는 동물, 기후 같은 잔혹한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인간은 힘을 모았고 지혜로운 소수, 이를 테면 왕과 귀족이 이들을 지도하고 보호했으며, 식량을 바치는 대신 보호를 받았다. 추후 상공업과 무기가 개발이 되면서 동물, 기후를 스스로도 이겨낼 수 있고, 왕과 귀족에게 모여진 힘이 집단에 최선의 결과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왕정이 무너지고, 민주주의와 천부인권, 자본주의가 발생했다. 이런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공산주의, 사회주의 같은 대안들도 제시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는 것은 고조선의 '8조법'에서도 나오듯 함께 모여 사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반드시 필요한 규율이다. 식인종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회 구성원을 잡아먹지 않는다. 살인을 허용하게되면 인적 자원의 손실과, 지속적인 싸움, 지도자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국가 운영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범(戰犯)에게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로 처벌을 했고, 심지어 현대에는 사형에 대한 사형수의 인권까지 고려하고 있을 정도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고 있다. 

 

 ●영탁은 괴물도, 독재자도 아니라 인간이고 생명이다. 

 

영탁은 악마가 아니다!! 가족과 사회를 아끼는 보통 인간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 처럼 식량보다 인구가 많아진 특수한 상황, 내가 속한 사회와 가족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인류의 생명 보다 나와 가족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 영탁(이병헌)은 이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는 민성(박서준)에게 "수신제가 태평천하(수신제가 치국평천하 를 잘못 말함)" 라는 말을 한다. 감독은 그를 이 말을 틀리게 말할 정도로 무지하지만 이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넌지시 보여주는 장치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간성이 상실된 독재자가 아니라 누구보다 본능적인 인간적인 생명 그 자체를 보여준 인물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인물인 민성은 처음에는 현대사회의 기준으로 생각했으나 바깥 현실과 죽을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아파트를 위해 기여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변한 인물로 볼수 있다. 이와 달리 명화도균은 포스트 디스토피아 사회의 현실을 직접 마주해 보지 못했고, 이를 부정하는 인물들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인물로 보이며, 이들의 현실감 없는 행동으로 결국 사회가 분열되었다. 특히 도균의 경우 현실도피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로 인해 결국 인간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자살을 택하게 된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다보면 무엇이 중한지 고민이 될때가 많다.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도 인간의 삶은 짧고 허망하기 그지 없다.

이런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찰나에 엄청난 재앙을 맞이하고 살아난 행운을 뒤로하고, 황궁 아파트 사회(인류)에서 배급은 받으면서, 아파트 인류를 위해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희생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인간들을 비난하면서 증오감으로 남을 여생을 살다가 자살하고만 도균의 삶이 바람직한 것일까? 사회가 무너지고 남편이 죽고 혼자 남겨진 명화의 선택은 옳았던 것일까? 그의 삶이 아파트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지진으로 죽고만 다른 사람들보다 가치있을까?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것이고, 한정된 시간동안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고 스스로 가치있다 생각(가치 창조)하며, 나의 생명의 위협이 있지 않은 범위내에서는 남에게도 동등한 삶의 가치를 존중하여 타인의 자유와 행복 침해하지 않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과 생각이 한정판 같은 우리의 인생에 불행과 비극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좋은 영화였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