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200살까지 살고 싶으십니까?
사람 마다 생각이 다 다를 겁니다.
아마 대답하기 전에 이에 따라 여러 의문이 먼저 들 것 같습니다.
"200살까지 신체적으로 건강합니까?"
"200살까지 경제적인 여유가 보장됩니까?"

"아니 그런데, 200살까지 살 수는 있나요?"
그렇습니다.
인간이 200살까지 못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아마 전인류가 동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인간이 영생을 살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인(죽음의 원인)은 무엇이었으면 좋겠습니까?
대한민국의 2022년 사망의 원인 통계에 따르면 1-5위의 경우 급성 질환으로 대부분 병원에서 사망하는 질환입니다.

이외에는 6등인 자살, 13등인 운수사고(교통사고) 가 있습니다.
전체 사망 중 질병 이외의 외부요인(자살, 운수사고 등) 에 의한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7.2%(26,688명)입니다.
결국 우리 대부분(92.8%)은 병으로 죽게 되고 대부분 병원에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누구의 죽음이 받아들여집니까?
1. 90세 여자 노인의 농약으로 자살시도
2. 30세 여자의 삼중음성 유방암 4기
3. 25세 남자 자폐아의 심혈관기형으로 인한 심부전과 부정맥으로 심정지
4. 제왕절개를 하지않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자연분만을 고집한 산모의 산후출혈
5. 삶을 비관하여 4층 옥상에서 뛰어내린 청소년, 경추골절 및 뇌출혈
6. 50대 가장인 남성의 급성심근경색
7. 70대 남성 페달 오인사고로 혼자 벽에 부딪혀 뇌출혈
쉽지 않죠? 어떤 죽음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봅시다.
여러분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 위 사람 중 누구부터 살리기 위해 자원을 투입해야할까요?

난감하고 어렵습니다. 현실과 정책은 이런 문제에 늘 봉착합니다.
의료자원(인력, 시설)은 한정적이고, 치료의 난이도도 천차만별이고, 치료를 위한 의료비도 천차만별입니다.
마치 우리가 사고 싶은 모든 것을 살 수 없고, 먹고 싶은 모든 것을 먹을 수 없듯이 말입니다.
1) 치료 효율성에 따른 경제학적 접근 (치료비, 의학의 불완전성)
위 환자들의 치료비는 천차만별입니다. 한번 치료에 10억이 넘는 치료에서 부터 몇백만원 선에서 해결되는 병도 있습니다.
치료를 위해 의료비를 들였지만 결과적으로 낫는 병과 낫지 않는 병, 후유증이 남는 병도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도 쉽지않고, 게임처럼 사람을 완전히 낫게 하지는 못합니다.
2) 사회 및 가정에 기여 가능성에 따른 경제학적 접근
어린 사람이 살게 되면 사회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먼저 살려야 한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죠. 장애가 있는 어린 사람의 경우 사회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럼 치료 순서가 밀려도 될까요?
3) 살고 싶은 의지에 다른 접근
자살 시도를 한 경우는 살려서는 안되는걸까요? 죽음의 순간에 후회했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살려낸다면 반성하고 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실은 냉혹하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의료정책을 변경하기전, 의사를 늘리기 전에 "우리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의료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지 않고서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국민과 이런 소통을 하기를 두려워 합니다.
현실적으로 말하는 정부를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질타하고,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정부에게 한마디 드립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더이상 전근대 조선인이 아닙니다. 현대과학을 모르고 철학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미개인이 아닙니다.
우리 모든 개개인은 지성이 있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도 있으며, 사람이 죽는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모든 병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하지 않고 "정부가 하자면 해야지" 라는 식의 정책 진행은 부작용을 낳으며, 개개인이 원하는 방향의 의료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정부는 목표에 대한 정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해야합니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은 도구에 불과합니다.
"누가 못을 박으면서 망치랑 싸우나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현대 대한민국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과 적절한 치료적 목표를 상의하여야 합니다.
지적과 비난을 수용하지 않고, 생각만을 관철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입니다
국민들께 한마디 올립니다.
인간의 역사는 죽음의 역사 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으로의 여정을 떠나는 존재 입니다.
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역사동안 현재만큼 건강하고 오래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끝없는 죽음과 희생으로 발전한 의학은 하찮은 미물인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켰습니다.
의학은 인류의 질병 극복의 여정이라 불완전 하고, 의학을 하는 의사도 불완전 합니다.
의료진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 소송은 그들의 자부심을 짓밟고 더이상 필수의료에 종사하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또한, 재판부의 무과실 배상의 판결 등의 과한 판결에 대해서도 역시 질타가 필요합니다.
의사 내부의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명의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죽지 않는 것을 목표로, 재원을 전부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모두 끌어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서비스와 복지 차원인 의료 인력에 집중하는 것도, 인적 자원만이 유일한 자원인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도 나라의 발전, 부를 위해서도 의료 인력말고도 이공계 인력을 남겨야합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니 젊은 세대가 의사 간호사가 되어 노인세대를 위해 봉사하라는 의도로 이기적인 생각으로 정부의 의견에 동의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또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쓰는지 감시해야합니다. 최근 모 대기업 한의학 병원에서 한의학 급여에 자기들이 개발한 약제를 한의학협회라는 이름으로 승인하여 우리의 세금을 사용중에 있습니다.
이런 한약제에 대한 효능은 과학적인 기반하에 증명이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지만 이런 것들이 과연 아직도 승인되지 않거나 비급여로 쓰고 있는 당뇨주사약제나 항암제들보다 급하게 승인이 되어야하는게 맞을까요?
이상으로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긴 글 잘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글들도 한번씩 방문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과 실체가 없는 의료개혁
초고령사회와 의료비용, 대한민국에 의사수가 정말 더 필요한가?
# 여담으로, 사망원인 순위 6등인 자살.. 진정한 보건의료 정책이라면 이것부터 손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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